“바지 내리고 증명해봐”…중국 대학, 생리휴가 신청 여학생에 ‘황당’ 요구해 논란

김성호 기자 / 2025-05-27 11:10:14
  ▲참고 사진 자료 출처=픽사베이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중국의 한 대학이 생리휴가를 요청한 여학생에게 바지를 벗어 상태를 증명하라는 요구를 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공과대 겅단 연구소의 한 여학생은 캠퍼스 내 보건소에서 생리통 병가를 요청하던 중 보건실에서 생리 중인지 확인하기 위해 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주장하는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겅단 연구소는 중국 최고의 공립 대학 중 하나인 베이징공대와 제휴한 독립적인 사립 학부 대학이다.

영상에서 한 여학생은 여성 직원에게 “그러니까 생리 중인 모든 여학생은 바지를 벗고 휴가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냐”고 물었고, 여성 직원은 “기본적으로 그렇다. 이건 내 개인적인 규칙이 아니라 학교 규정”이라고 답했다.

이에 학생이 관련 규정에 대한 서면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했지만, 해당 직원은 보건휴가 발급을 거부하며 병원 진단서를 받아오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대학 측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해당 직원은 표준 절차에 따라 행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직원은 적절한 절차를 따랐다. 그들은 학생의 신체 상태에 대해 물었고 그녀의 동의를 얻은 후 추가 진단을 진행했다. 의료 도구나 신체 검사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 규정은 새로 시행된 것이 아니며 주로 병가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이 병가를 요청하기 위해 생리 중이라고 반복해서 주장했기 때문에 이 규칙이 도입됐다. 한 여학생은 한 달에 네다섯 번이나 휴가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래서 학교가 이 정책을 시행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여학생은 두 번째 영상을 올리고 실제 병원을 방문해 진단서를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영상에서 “나는 단지 여성들이 생리 중에도 존중받으며 병가를 신청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며 “학교에 여학생이 생리혈을 보여야 병가를 승인받는다는 규정이 실제 존재한다면 영상을 삭제하겠지만 그런 규정이 없다면 물러서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사연을 접한 현지의 많은 네티즌들은 “터무니없”, “굴욕적이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

한 네티즌은 “내가 설사를 하면 휴가를 얻기 위해 학교 의사 앞에서 똥을 싸야 하느냐”고 꼬집었고, 다른 네티즌은 “생리통 때문에 한 달에 네다섯 번 병가를 내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일이다. 만성 피로 기간 동안 50일 연속 생리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것은 정책 집행이 아니라 사소한 횡포이다. 누군가에게 약간의 힘을 주면, 그들은 그 힘을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 데 사용할 것이다. 여학생들에게 옷을 벗기도록 강요하는 것은 괴롭힘이다”라고 비판했다.

검사 출신의 한 현지 변호사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관행은 명백히 학생들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침해하고 민법 제1011조와 여성의 권익 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를 위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의료 기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학생들의 사생활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며 개인의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라며 “이는 학생들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반영하며, 교육 시스템이 지켜야 할 핵심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공개 사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 교육 당국이 부과한 행정적 처벌을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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