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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박단비 |
[북에디터 박단비] 세상 돌아가는 것이 아주 시끄럽다. 칼을 들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이상하리만큼 많아지고, 무작위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온라인을 떠돌고, 사람과 사람 사이는 점점 예민해지고, 또 날은 지나치게 덥다. 하루걸러 하루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느낌이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내 마음도 무거워진다. 세상이 도대체 어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분명 더 즐겁고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기를 지구인 모두가 바라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여겼건만. 어째 나 혼자만의 착각 같다. 나만 또 착각했지, 또.
이런 부정적인 생각과 어두운 감정이 밀려오기 시작할 때 나는 이 책을 떠올린다. <팩트풀니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팩트풀니스>에 의하면 세상은 우리의 걱정처럼 괴롭고 파괴적인 방향으로만 달리고 있지 않다.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보고 나면, 나름 일리가 있는 주장이란 생각이 든다.
책은 세상을 왜곡해서 보게 하는 우리의 10가지 본능에 대해 설명한다. 더 나아가 그 10가지 본능에서 벗어나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방법도 알려준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그냥 순서대로 읽다 보면, 세상이 끔찍하다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 생각보다 살만하네’ ‘그래, 조금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좋은 쪽으로만 간다면 괜찮아’와 같은 묘한 안도감을 선물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풍비박산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면, 어느 누가 환경오염에 관심을 가지고, 사람 사이 룰(법, 예의)을 지키려고 애쓰고, 타인의 기분 생각하면서 행동할까? 세상 망해가니 나도 대충 막 되는대로 살고 싶지.
이 책은 이미 많은 사람이 추천하고, 여러 미디어에도 노출되어서 한 번쯤 읽어보려고 시도해 본 사람도 많을 거다. 다만 책을 잘 읽던 사람이 아니라면 어딘가 좀 무게감(이라고 쓰고 거리감이라고 읽는다) 느껴지는 표지, 얇지도 않은 두께에 지레 겁을 먹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보이는 그대로 그런 책이라면 소개하지도 않았다. 저자의 털털한 문체와 곳곳에 있는 가볍고 재밌는 여러 테스트, 어렵지 않게 설명된 데이터 때문에 생각보다 페이지가 쉽게 넘어간다.
읽다 보면 마음의 평화와 ‘내 삶이나 열심히 가꿔보자’는 온 지구인에게 도움이 될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내 삶을 잘 사는 것. 내 주변부터 살만한 곳으로 가꿔가는 것.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은 멀리 있지 않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아마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괴로운 일투성이일 것이다. 요즘 것들은 개념이 없고, 예전 것들은 자기만 잘났고, 미친 사람들은 날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내 정신을 무너트리게 두진 말자. 안타깝고 불행한 일은 주시하고 돕고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폭삭 망해가는 중은 아니다. 고맙게도, 다행하게도, 우리는 분명 더 나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는 잘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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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비 |
|박단비 북에디터. 종이책을 사랑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부동산 이슈로 e북을 더 많이 사보고 있다. 물론 예쁜 표지의 책은 여전히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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