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분열 옳지 않아” 광복회에 공개토론 제의…“부당한 비방엔 법적 대응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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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독립기념관 홈페이지 |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그동안 한 번도 독립운동을 폄훼하거나, 특정한 독립운동가를 비방한 적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일제의 식민 지배를 강하게 비판해왔다”며 “내가 일제의 강점을 옹호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하나라도 갖고 오라”고 주장했다.
김 관장은 ‘1919년 임시정부로부터 시작된 건국을 부정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022년 펴낸 저서 ‘끝나야 할 역사 전쟁’을 직접 들어보이며 반박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나는 건국절 제정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으로 시작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완성됐다'고 하는데, 제 입장도 이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대통령실 등 정부 차원에서 건국절 제정을 추진할 경우 관장직을 걸고 반대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역사학자의 양심을 걸고 분명히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김 관장은 “만약 제 주장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학문적으로 지적하고 공개적으로 토론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광복회 인사들에게 “제게 공개 토론 요청을 해달라. 국민들 앞에 밝혀드리는 것이 바른 도리지, 엉뚱한 주장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김 관장은 자신이 백선엽 장군의 일제시대 간토특설대 복무를 옹호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백선엽 장군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일제강점기 만주국 장교로서 간도특설대에 근무한 것으로 인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측면이 있고, 해방 후 6·25 전쟁 때 다부동전투에서 나라를 구한 호국영웅이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분이 간도특설대에 있을 때 108차례 토벌작전이 이뤄졌다. 108차례 일지를 보니까 조선인 독립운동가 대상 토벌은 없다”면서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하면서 조선인 독립운동가를 토벌했다는 것은 학문적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광복회가 나를 (뉴라이트로) 매도한다”며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부당하게 비방하는 것에 대해 엄중한 법적 대응도 신중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 의사는 없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광복절 경축식 행사에 불참을 선언한 이종찬 광복회장을 직접 만나 “건국절 추진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지난주 전광삼 시민사회수석이 이 회장을 직접 찾아가 '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하겠다고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 회장에게 이같은 뜻을 재차 강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독립기념관은 지난 8일 제13대 관장으로 재단법인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김형석 이사장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김 관장의 임기는 2027년 8월 7일까지로 3년이다.
김 관장은 건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오산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주경야독으로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학 석사를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총신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안익태기념재단 연구위원장, 한민족복지재단 회장, 고신대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독립기념관은 “(김 관장이)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 이사장으로서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재조명 및 선양 홍보 방안 등을 발표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며 ‘독립운동가 남강 이승훈 선생에 관한 연구’, ‘일재 김병조의 민족운동’, ‘끝나야 할 역사전쟁’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창출한 학자”라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며 꿈과 미래를 심어주는 곳으로 국민이 즐겨 찾는 독립기념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중점 추진 과제로 ▲정부와 연계한 광복 80주년 행사 성공적 개최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활성화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의 강화 ▲기관 경영혁신 고도화를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광복회 등 독립운동 단체들은 김 관장 임명 직후 거의 과거 발언과 저서 내용을 문제삼아 뉴라이트 역사관 의혹을 제기하며 임명 철회와 사퇴를 촉구했다.
김 관장은 2022년 10월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부 논쟁’을 끝내고 이승만과 김구를 모두 ‘건국의 아버지로 둬야 한다”며 “이승만과 김구의 지지자를 아울러야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관장은 2022년 8월 출간한 저서 ’끝나야 할 역사전쟁-건국과 친일 논쟁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두고 “친일행위자의 ‘역사적 공과’를 따지지 않고 ‘친일 행위’와 ‘반민족 행위’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했다”고 적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 한 역사 세미나에서 제주 4·3사건에 대한 현재의 역사학계의 해석에 대해 “남로당의 5.10 선거 방해책동에서 비롯된 폭동을 희석시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독립기념관이 매년 광복절에 열어온 경축식도 돌연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올해는 신임 김형석 관장이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로 하고 자체 경축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기념관 안팎엔 최근 김 관장을 둘러싼 친일 논란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란 시각이 많다. 독립기념관 노조는 이날 “독립기념관을 친일기념관으로 만들려는 김형석 신임 관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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