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인 도서’ 낙인찍기 멈춰라”…시민단체들, ‘도서 열람 제한’에 강력 반발

김성호 기자 / 2023-09-14 06:11:42
“도서 열람 제한은 인권침해”…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권위에 공동진정 제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성교육 책 '금서' 지정은 도서 검열이자 민주주의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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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초고 도서실과 공공도서관에 비치돼 있는 일부 성교육성평등 도서의 선정성위해성 여부를 둘러싼 논쟁입니다. 학생들이 읽는 성교육 관련 도서에 대해 적절성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충남 공공도서관 성평등 도서 열람 제한에 대한 국가인권위 공동진정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차벌금지법제정연대 제공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최근 충남‧경기 지역에서 일부 도의원과 학부모단체들이 초중고 도서실과 공공도서관에 비치돼 있는 일부 성교육‧성평등 도서에 대해 선정성 등을 이유로 폐기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해당 도서 저자 등은 "성교육·성평등 책 '금서' 지정은 도서 검열이며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3일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이 단체의 경기지부(경기교육공무직본부)는 전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편협한 사고와 현장에 대한 무지로 '무분별하고 선정적인 도서'라고 낙인찍기 이전에, 보편적인 독서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교육공무직본부은 이어 "'부적절한 도서'라는 것은 없고 유해 도서로 지정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며 "학생들은 어려서 판단력이 없으니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어른들의 오만함일 뿐이고 도서관에 도서 검열의 기제가 작동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사서와 교사의 자율성에 대한 무시"라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은 지난 6일 경기도의회 임시회에서 이뤄진 이인애 도의원(국민의힘 소속)의 5분 자유발언에 대한 반발로 나온 것이다.

앞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충남차제연)은 “충남 지역 공공도서관이 성평등·페미니즘 등을 다룬 어린이책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도서관 성평등 도서 열람 제한에 대해, 충남지사, 충남교육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피진정인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공동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권위 공동진정에는 충남도민 300여명과 함께 열람 제한이 된 ‘걸스토크’의 저자 이다 작가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러한 민원은 성평등 가치 왜곡과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해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유해도서로 매도하는 것”이라며 “부당·차별적 민원을 이유로 한 열람제한 및 폐기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밝혔다.

차제연은 “도서 열람제한 조치는 창작한 예술품을 대중에게 전시·공연·보급할 수 있는 창작자들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유해도서가 아니라 오히려 필독도서”라고 외치며 충남 공공도서관 내 도서 열람 제한 조치를 즉각 해제하고 향후 비슷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두나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정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충남도지사의 열람제한 제한조치는 구체적인 법령상 근거없이 차별적인 의도하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는 진정인들의 문화향유권,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진정에 참여한 이다 작가는 “보수 학부모단체는 자극적인 몇 부분을 추출해 이 책이 마치 아이들의 조기성애화를 부추기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 책을 읽는 청소년 중에 그 누구도 이 책을 보고 빨리 성관계가 하고 싶어졌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많은 청소년들이 연애와 성관계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며 “어린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게 도와주고 연애가 무엇인지 섹스와 임신이 무엇인지 잘 아는 상태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말하는 책이니 책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충남도지사는 공공도서관에서 열람을 제한한 10종의 도서에 대해 열람 제한을 즉시 해제하고, 충남도지사와 충남교육감은 민원을 이유로 공공도서관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성평등·성교육 도서가 폐기되거나 열람 제한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제연 등 인권단체들이 지난날 1일 충남 내포혁신플랫폼 엠(M)1 회의실에서 ‘공공도서관을 향한 성평등 책 금서요구,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충남 지역내 공공도서관의 도서 열람 제한 조치를 비판하는 주장들이 쏟아졌다.

차제연에 따르면 안찬수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도서 폐기 시도는 다른 독자의 알 권리, 독서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단체라는 허울을 쓰고 학생인권조례나 포괄적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세력이 전면에 나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검열이 허용될 경우 국민의 정신생활 및 의사형성에 미치는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해 이른바 관제 의견이나 지배자에게 무해한 여론만이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때문에 헌법이 검열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빼라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나선 손보경(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씨는 '도서관에서 성과 인권 관련 도서를 빼라'고 주장하는 일부 민원에 대해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민원인들의 '갑질' 행위로 인해 사서의 노동권이 명백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도서관 사서 노동자도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현주 나다움어린이책선정위원은 "특정 세력들이 아무리 도서관에서 책을 빼고 사서들을 괴롭히더라도 이미 일반 학부모들은 그들의 수준을 넘어서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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