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권 심각한 위협”…의료계, “비대면 진료 확대 즉각 철회해야”

김성호 기자 / 2023-12-27 06:20:00
“의견수렴 없는 일방적 발표”…의‧약사들 ‘진료‧처방 보이콧’, 환자단체도 반대
“비대면 진료하라고 겁박하다니”…의사단체, 복지부 장관·차관 검찰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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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비대면 진료 확대 찬반 논란입니다. 비대면 진료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찬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서울의 한 의원에서 의사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비대면 진료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지난 15일부터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대와 지역, 범위 등이 대폭 확대된 가운데 의료계와 환자‧시민단체 등은 “비대면 진료 확대로 국민의 생명권을 놓고 실험하면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 단체들은 비대면 진료 확대를 반대하는 성명 및 입장문을 내는 것을 넘어, 비대면 진료 자체를 ‘보이콧’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각과 개원의사회에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을 회원들에게 적극 알리고 불참 또는 참여 시 요주의를 당부하는 등 단체 차원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 확대 시범 사업을 거부하기로 긴급 의결하는 등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내과의사회 등의 소속 의사들도 대부분 바대면 진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병원 불참을 유도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법 위반 시 고발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19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 국장 등 3명을 형법상 협박죄, 강요죄, 업무방해죄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하는 등 정부와 의료계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복지부가 의사단체들과 상의 없이 지난 15일부터 비대면 진료 확대 시범사업 대상을 늘리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의료현장 전문가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져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확대로 의료 쇼핑에 따른 오남용과 오진 등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사후피임약, 마약류 처방을 제한해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오남용이 우려되는 여드름약, 탈모약, 다이어트약은 어디서나 전화 한 통이면 처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추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도 지난 14일 “비대면 진료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지만 정부가 의약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확대하려 한다”면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 사고와 약물 오남용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비대면 진료 5가지 대원칙(대면진료 원칙, 비대면 진료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 운영(초진 불가),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을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과 의정협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려 확대 정책이 의료의 질적 향상과 환자의 건강권 보호가 아닌 단순히 편의성만을 유일한 근거로 삼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이러한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 확대 방안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일어날 비대면 진료 확대에 따른 의료사고 및 약물 오남용 등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약사회는 “정부가 비대면 진료 예외적 허용을 확대하는 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을 도대체 어디서 했는지, 누구의 의도나 생각이 대다수 보건의료 전문가들 보다 우선이 되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대한약사회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약 배송은 불가능해졌고, 특히 주말이나 야간에는 비대면으로 받은 처방전을 팩스나 전산으로 접수하는 약국을 찾기 어렵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대상과 범위 확대 방안 발표 이후 휴일에 문을 연 대다수 약국들은 비대면 처방전을 받아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비대면 진료 대폭 확대를 우려한다”면서 “‘재진 중심, 초진 예외적 허용’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는 비대면진료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약사회 등 의약계에서 안전 차원의 우려를 제기하며 검증을 요구하고 있고, 시민단체에서 관련 플랫폼 산업계의 상업화 유도로 불필요한 의료남용이나 과잉사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대면진료 수가보다 30% 가산하는 비대면진료 수가가 부적절하다며 낮춰야 한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이와 같은 여러 문제점을 검증해야 하고 시범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의 사회적 합의를 계속 유지하는 정부의 일관된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이 시행된 15일 이후 비대면 진료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로 알려졌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와 굿닥, 나만의닥터 등 3개 업체에 23~25일 사흘간 접수된 비대면 진료 신청 및 예약은 5,02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675.3건으로, 직전 주말인 16, 17일 일평균 1,313.7건보다 30%가량 늘었다. 상당수 의료기관이 연휴에 쉬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의료 공백을 비대면 진료가 메운 셈이다.

비대면 진료를 선호하는 환자들이 늘어날수록 의료계가 마냥 반발만 하기에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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