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삶엔 리허설이 없다

강미유 기자 / 2025-02-11 18:36:23
두 사람(Life Unrehearsed) |80분 |감독: 반박지은 |배급: 반박지은필름, 시네마 달

  영화 '두 사람'
[칼럼니스트 강미유] “주인공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출발했고 두 분이 나눠 온 사랑에 집중하려고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를 연출한 반박지은 감독의 말이다. 영화감독이자 제작자, 시각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국사회에서 비가시화 돼 있는 나이 든 레즈비언에 주목했다.

 

두 주인공 이수현과 김인선은 40여 년 전, 1985년 재독여신도회에서 처음 만났다. 독일 외곽 산골 마을이었던 하르츠에서 이수현은 김인선에게 첫눈에 반해 꽃을 건넸고 김인선 역시 이수현에게 마음을 열었다.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졌고, 이후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 속에는 독일 한인 사회와 교회 내 시선,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외면에 대한 우려와 고민이 담겨있었다.

 

이수현은 1970년, 150명 한국인 간호사와 함께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석유 파동으로 인해 서독은 외국인노동자들을 돌려보내는 대대적인 정책을 실행했지만 베를린 병원에서 근무했다.김인선은 1972년, 어머니의 초대로 독일로 정착해 파독 광부와 결혼한 후 간호 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에 입학했다.

 

  영화 '두 사람'

이후 독일 사회에서 이들은 퀴어 커뮤니티와 지역 사회의 정치 활동에 참여하며, 여러 연대의 방식으로 터전을 마련했다. ‘이종문화 간 호스피스’ 단체를 설립해 타향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을 위한 돌봄의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돌봄의 과정 속에서 일상에 깃든 죽음을 직면하며 동시에 노화와 투병을 겪는 개인으로서 복잡한 감정들을 마주하며, 서로의 법적 보호자가 되어 함께 삶의 마감을 고뇌하고 행복한 나이 듦에 관해 이야기해 오고 있다.

 

반박지은 감독은 “한국에서는 특히나 나이 든 레즈비언이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으니, 없는 존재처럼 그 존재가 지워진다”며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롤 모델이 없고, 나이 든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40대부터 80대에겐 지금도 당신 같은 사람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우리 여기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두 사람이 걸어온 거칠고 담대한 삶의 궤적은 수많은 역사 속 기쁨과 슬픔을 지나온 현재임을 증명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 '두 사람'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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