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사소한 것들로 쌓아가는 호감

북에디터 이미연 / 2025-10-08 00:27:32
호감의 디테일 |저자: 레일 라운즈 |역자: 최성옥 |윌마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이미연] “아빠, 이제 ‘뭐 하러’ 금지야!”

 

얼마 전, 이렇게 아빠에게 외쳤다. “뭐 하러”는 아빠의 말 습관이다. “오늘은 ○○로 외식하러 갑시다.” 할 때, 아빠는 “뭐 하러”라는 말부터 나온다.

 

생략된 아빠어를 해석하자면 “거기까지는 너무 멀지 않니, 뭐 하러 거기까지 가니” 정도겠다. 

 

하지만 앞뒤 다 잘라먹고 첫마디부터 “뭐 하러”로 시작하면 김이 팍 샌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던데 아빠는 지금 빚을 만들고 있다며 한바탕했다.

 

<호감의 디테일> 저자 레일 라운즈의 설명에 따르면, 아빠는 듣는 이의 마음을 살피지 않고 ‘고통의 가시’를 세운 말하기였고, 나는 사소한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한 말하기였다.

 

저자는 모든 사람의 자아가 극도로 얇은 피부를 가진 혈우병 환자와 같다고 비유한다. 그래서 상대가 세운 아주 작은 ‘고통의 가시’에도 과다 출혈이 일어나 그 사람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비호감이 된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고도 설명한다. 말을 잘하는 건 타고난 재능이나 거창한 어휘력 때문이 아니다. 타인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태도이며, 그 태도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레일 라운즈는 호감과 비호감의 차이를 만드는 건 ‘감정 예측’에 있다고 설명한다. 상대 마음을 살필 줄 아는 태도를 보이면 기쁨, 즐거움, 행복감 등 호감을 느낀다.

 

이러한 호감의 말하기와 행동에 특별한 것은 없다. 상대에게 집중한다는 ‘탐색하는 눈’을 보인다거나 따뜻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거나 먼저 인사한다거나 하는, 참으로 작고 사소한 것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하기는 어려운 법. 책을 읽는 내내, 센스를 떠올렸다. “그래, 맞아. 그건 나도 알지. 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잘 안 돼. 이건 센스 있는 사람이나 가능하지” 하면서.

 

내가 떠올린 센스 있는 사람을 저자는 ‘빅캣’이라고 표현한다. 의사소통 기술과 감정 예측에 통달한 사람은 마치 큰 고양이처럼 자신과 주변 환경, 현재 상황, 다른 사람을 의식해 네 요소를 모두 조화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의미다.

 

나도 빅캣이 될 수 있을까? 내 센스 없음을 핑계 삼지 말고, 작은 행동 하나 사소한 말투 하나 바꾸는 것으로 시작해 볼까. 호감의 디테일이 조금씩 쌓이면 작은 고양이쯤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북에디터 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인스타그램 담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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