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남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부터

강미유 기자 / 2024-10-30 10:28:52
럭키, 아파트 |96분 |감독·각본: 강유가람 |배급: 인디스토리

※이 칼럼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럭키, 아파트'

[칼럼니스트 강미유] 최근 사회 곳곳에서 노인·어린이에 대한 혐오를 만날 때가 있다. 그 이유가 뭘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국가가 노인·어린이에게 예산을 별도로 쓰고, 전철·버스에서는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그들이 내게 도움이라도 청하면 다소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고 걱정한다. 이처럼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길 거라는 피해의식 때문이겠다.

 

30일 개봉하는 강유가람 감독 신작 영화 <럭키, 아파트>에도 이 같은 두려움이 혐오와 차별로 작용한다.

 

주인공 선우(손수현)와 희서(박가영)가 마련한 아파트에서 영문 모를 악취가 발생한다. 선우는 이를 적극 해결하려고 나서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불미스러운’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 집값이 떨어질까 봐 애써 모르는 체하고 숨기려 한다. 사건 수사를 맡은 경찰마저 그저 기다리라고 하는 상황에서 희서는 동성 커플인 두 사람에게 이목이 쏠리는 것을 염려하여 선우를 나무란다.

 

  영화 '럭키, 아파트'

선우의 집착 어린 관심으로 마침내 아랫집 화분 할머니의 소중한 옛 인연을 찾아내고 그의 마지막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이런 행동은 타인의 삶에서 자신과 공명하는 부분을 기꺼이 발견해 내고 이해해 보고자 하는 관심과 공감에서 비롯된다. 타인 인생에 자신 인생을 겹쳐보고, 그들이 지나온 길을 따라가 보며 선우 또한 자신의 삶을 구원받기도 한다.

 

더 나아가 <럭키, 아파트>에서 관객은 선우의 작은 관심으로부터 비롯된 애도와 연대의 손길이 이뤄낸 작은 희망의 힘을 느껴볼 수 있다.

 

강유가람 감독은 “이번 시나리오는 친구가 겪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고민했던 혐오와 죽음, 애도의 문제를 풀어내고자 했다”며 “사실 혼자 죽음을 맞이한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영화를 만들면서 선우와 희서 같은 사람이 나타나 나의 죽음을 애도해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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