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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은 M발레단 단장이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을 소개하고 있다. |
이 작품은 1년 전 타계한 한국 창작발레의 선구자 고 문병남 M발레단 명예예술감독의 역작이다. 국립발레단 무용수 출신인 그는 후에 안무가로서 한국 첫 창작 전막 발레 <왕자호동>을 탄생시키고, 해외 라이선스 작품 <돈키호테>를 재안무해 선보이며 한국 발레를 발전시켜 온 선구자다.
지난 9일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M발레단의 문 감독 타계 1주기 추모 행사 '레전드 인 프로그레스'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그의 철학과 예술혼을 기리는 동시에, 그 유산이 단원들을 통해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M발레단은 문 감독이 지난 2015년 '한국발레의 정체성 구축'을 모토로 창단한 민간 발레단이다. 수년간 해외 라이선스 작품에만 의존해 온 한국발레계의 관행을 넘어, 우리 역사·문화를 소재로 한 창작 전막 발레와 기존 클래식 발레의 재안무라는 두 축으로 공연계의 새로운 역사를 써왔다.
양영은 M발레단 단장은 "문병남 감독님은 숭고한 예술혼과 엄격한 가르침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작발레의 토대를 닦으셨다"며 "감독님이 M발레단에 크나큰 유산을 남겨주셨고, 이제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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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병남 M발레단 명예예술감독 추모 1주기 행사가 지난 9일 소월아트홀에서 열렸다. |
추모 행사는 △오픈클래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리허설 △<돈키호테> 리허설을 진행하며 문병남 감독의 유산과 M발레단의 정체성을 함께 조명했다.
먼저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문병남 감독이 안중근 의사의 유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한국 창작발레 대표작이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레의 언어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70분 전막발레로 감옥 장면에서 시작해 하얼빈 의거, 가족에 대한 그리움까지를 회상 형식으로 풀어내며 심리적 깊이를 강조한다. 영웅이 아닌 인간 안중근에 초점을 맞춰, 어머니 조마리아의 편지와 아내 김아려와의 애틋한 사랑을 통해 한 개인의 두려움과 고뇌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클래식 발레가 판타지 서사와 추상적 테크닉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구체적 역사 인물을 다루며 연극적 내면 연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마임의 비중이 높고 군무는 전투와 의식을 표현해 현실성을 더했다. 한국 무용의 요소를 접목한 동작으로 K-발레만의 정체성을 빚어낸다.
이날 리허설에서는 단원 간 계승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1대 안중근 역 정영재를 비롯해 사쿠라 역 진유정, 이시다 역 윤별이 문병남 감독에게 직접 연출 지도를 받았던 내용을 박관우·최솔지, 신서희, 이은수 등 신규 무용수에게 전수했다.
윤별은 "선역과 강렬한 대비를 위해 이시다라는 악역을 사람보다 동물에 가깝게, 무게 중심을 낮게, 위아래 높낮이도 크게, 시선은 사냥감을 노리듯 창조했다"며 "감독님과 함께 기존 클래식 동작이 아니더라도 인물 특징을 더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형태를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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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은 M발레단 단장. |
<돈키호테> 역시 한국 발레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클래식 재해석의 대표 사례다. 세르반테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희극발레는 전통 3막 구조를 2막으로 압축해 현대 관객의 감각에 맞춘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핵심으로 한다.
문병남 감독은 세기딜리아, 플라멩코, 판당고 등 스페인 춤의 정수를 살리면서도 불필요한 서사 지연을 과감히 걷어내 춤 비중을 극대화했다. 기존 버전에서 과대망상가로 묘사되던 돈키호테는 키트리와 바질리오의 사랑을 돕는 정의로운 로맨티스트로 변모했다.
클래식 발레가 고전적 품격과 화려한 테크닉을 앞세우는 것과 달리, M발레단의 <돈키호테>는 군무의 집단적 열정과 스페인 정통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리듬감을 더해 발레 입문자와 일반 관객 모두에게 문을 열었다. 이는 전통을 지키되 시대를 반영한 재안무의 모범으로, 수입 레퍼토리 일변도의 한국발레계에 창작과 재해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양영은 단장은 "감독님은 오랜 유학 생활 중에도 '정답은 한국에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으셨고, 창작 동력은 '우리의 역사와 정서를 무대에 담는 것'이라고 늘 말씀하셨다"며 "그 뜻과 철학을 잘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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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M발레단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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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키호테> /M발레단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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