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적대적 M&A, 자산 탈취가 목적”…고려아연, MBK·영풍 경영진에 법적 대응 예고

김성호 기자 / 2024-09-19 17:45:31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저들(MBK)과의 싸움, 반드시 이기겠다”…임직원에 공개서한
고려아연 노조, “MBK 적대적 주식 공개매수 중단해야”…지자체, 소액주주 등도 지지

뉴스밸런스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거나 화제가 되는 이슈 및 정책을 대상으로 찬성론과 반대론이 한판 승부를 벌이는 논쟁터입니다. 양측 주장과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고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의 정확한 판단과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제는 “MBK 손잡은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격화일로입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과 고려아연의 분쟁이 끝장 승부로 치딛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주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제공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지분 매입을 공식화하자 고려아연은 “기업사냥꾼의 약탈적 인수·합병(M&A) 시도”라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측은 MBK의 지분 공개매수를 “중국계 자본 등을 등에 업은 약탈적‧적대적 기업사냥”이라고 재차 정의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 경영진은 MBK의 공개매수를 적대적 M&A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사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을 적대적 M&A를 통해 공격했다는 사실은 국가적 인프라가 외국으로 넘어갈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단기적 차익 실현과 수익성 극대화 등 자본놀음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BK가 공언한 배당 확대에 대해서도 “‘주주가치 회복’이라는 명목으로 고려아연의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배당을 활용해 차입한 원금 상환 비용을 만들고, 이자도 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M&A가 성공할 경우 지난해보다 배당 규모를 무려 60% 가까이 높여 절반에 육박하는 지분을 무기로 엄청난 현금을 빼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아연은 “MBK가 운영하고 있는 블라인드 펀드 대부분은 상당수가 중국계 기업과 자본이 포함돼 있다”며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국내 우량기업을 약한 고리를 공격해 경영권을 찬탈한 뒤 다시 이를 비싼 값에 대부분 해외에 넘기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인 이차전지 분야의 경우 탈중국 글로벌공급망 구축의 핵심적인 위치에서 이탈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고려아연이 투입한 수많은 투자금 역시 허공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려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MBK와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부실 투자 등 거버넌스(지배 구조)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고려아연 측은 “악의적이고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허황된 의혹들”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에 대해 명예훼손 등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 측은 18일 박기덕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영풍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핵심자산임에도 MBK에 고려아연을 넘기려고 하고 있다”며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MBK파트너스와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영풍 경영진에게 업무상 배임과 손해배상청구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기덕 사장은 “MBK파트너스는 사모펀드의 본질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전체 주주 및 구성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독단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차전지 소재와 폐배터리ㆍ리사이클링, 신재생에너지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주주가치가 심대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MBK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해외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국가기간산업 및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기술 역량이 해외로 유출될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노조와 지방자치단체(울산시), 소액주주 단체 등도 고려아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는 19일 성명서를 통해 “50년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 비철금속제련회사 고려아연이 기업사냥꾼 사모펀드 MBK에게 회사를 빼앗기는 엄청난 위협 앞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난 50년간 피땀으로 일군 고려아연을 오직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매수하려 한다”며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MBK의) 적대적·악의적 주식 공개매수를 고려아연 2000명의 근로자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조는 “단기적 이익만 추구하고 건실한 기업을 망가뜨리는 MBK는 오직 자신의 탐욕스러운 배를 더 많은 돈으로 채우기 원하는 약탈자”라며 “MBK는 즉각 공개매수 철회를 선언하고 고려아연 노동자의 일자리 침탈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려아연 노조원 7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MBK 본사앞에서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규탄 집회를 열었다.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계 자본이 대거 유입된 MBK로 경영권이 넘어갈 시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에 참여해 120만 울산시민의 힘을 보여주시길 바란다”며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에 나서겠다고 피력했다. 울산은 고려아연이 세계 최대 규모의 아연 제련소로 운영 중인 온산제련소가 자리잡고 있다.

소액주주 단체도 가세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상장사 2400개 중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율에서 고려아연이 수위를 달리고 있다”며 “또 지난 3월 대비 최소한 지배구조상 악화된 점이 없고 주가 실적 측면에서도 탁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아연과 같이 주주환원율 최고의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9일 최대주주 영풍측이 MBK와 손잡고 경영권 확보 시도에 나선 데 대해 “온 힘을 다해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개적인 메시지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이날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사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추석 연휴 저를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 전원은 쉬지 않고 일했고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항해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사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 전문

 

사랑하고 존경하는 고려아연과 계열사, 그리고 협력사 임직원 여러분,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미 다 알고 계시듯 지난 금요일부터 사모펀드 MBK와 영풍이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의 공개매수를 시작했습니다. 회장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우리 임직원들에게 이 상황을 정확히 설명 드리고, 우리의 계획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돼 이렇게 서한을 보냅니다.

 

지금의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금요일 시작한 MBK 의 공개매수는 다음 달 4 일까지 진행됩니다. 고려아연 주식 약 14%를 매입하기 위한 것으로 이들이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MBK50%에 육박하는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는 영풍 등의 기존 대주주들이 MBK에게 그들의 의결권과 향후 경영에 대한 권리, 그리고 고려아연의 가치 상승으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이익 등을 고스란히 넘겼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입장에선 급박하고 복잡한 상황이지만 실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점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지난 8 1 일 우리는 함께 모여 고려아연의 창립 50 주년을 기념하였고, 동시에 미래 50 년을 바라보며 우리 모든 구성원의 뜻을 모아 함께 만든 미션과 핵심가치를

 

발표했습니다. 우리의 미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양한 원료 및 에너지원을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상이 필요한 형태의 소재와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미션을 달성하기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은 본 미션을 (1) 가장 안전하고, (2) 가장 친환경적이고, (3)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한다는 것이며, 이는 중요도에 따라서 나열된 것입니다. , 안전과 환경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 아무리 효율이 좋고 돈을 많이 벌어도 우리의 미션은 실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누가 고려아연을 경영해야 하는가입니다. 무엇이 특정 대주주에게 더 이득이 되는지, 회장이라는 직함을 누가 달게 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과연 MBK 가 고려아연을 경영하면 우리의 미션을 자신들의 미션으로 여기고 이를 성실하게 또 유능하게 수행해 나갈 수 있을까요?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와 고려아연 최고 경영진은 저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하여 아무 문제없이 운영하고 경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물론 이들은 아마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유명한 기업을 거친 이른바 초특급 엘리트로 구성된 집단일 것입니다.

 

하지만 고려아연에서 잠깐만이라도 일해본 적이 있다면, 아니 대한민국 산업의 현장 어디에서라도 잠깐 일해본 적이 있다면, 우리 회사가 멋진 이력서의 문구와 숫자 놀음으로 돌아가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아마도 저들은 우리 온산제련소가, 우리 호주 선메탈 제련소가, 미국의 페달포인트 재활용 공장들이 스위치를 켜기만 하면 전기와 연료로, 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세계 곳곳에서 자기의 본분을 다하고, 매일매일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고, 끊임없이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는 우리 임직원들의 열정과 혼신의 힘으로 돌아가는 회사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하여 MBK 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저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 공개매수를 비밀리에 준비한 뒤 아주 교묘한 트릭 등으로 무장하고 추석연휴 바로 전 금요일에 이 일을 감행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이라 믿고 웃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그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추석연휴가 시작한 금요일 밤부터 대한민국은 멈춰 버렸지만 우리의 공장은, 저를 비롯한 고려아연 경영진 전원은,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오히려 온전히 집중하여 그들의 허점과 실수를 파악하고 대항하여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추석연휴였지만, 그 밖에

 

세계는 모두 일을 하고 있어 외국 회사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 합니다. 물론 MBK 라는 거대자본과의 싸움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고, 저들의 탐욕도 결코 쉽게 멈춰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은 온갖 비방과 의혹으로 고려아연과

 

저를 공격할 것이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돈의 힘으로 우리를 굴복시키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 절대로 흔들리지 맙시다. 서로를 의지하고 각자 지혜를 짜내 우리 앞에 자신만만하게 서 있는 골리앗의 정수리를 향해, 우리의 모든 것을 담아, 돌을 던져 쓰러뜨리고 승리 합시다. 더 자세한 계획을 여러분께 말씀드리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고, 부족하고

 

허물이 많은 저를 믿고 기다려 주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고려아연과 계열사, 협력사 임직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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