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저녁바다 갈매기는 행복을 싣고

강미유 기자 / 2024-11-29 17:52:24
아침바다 갈매기는(The Land Of Morning Calm) |113분 |각본·감독: 박이웅|공동배급: 트리플픽쳐스·고집스튜디오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칼럼니스트 강미유] “아침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싣고, 고기잡이 배들은 노래를 싣고, 희망에 찬 아침바다 노저어 가요. 저녁바다 갈매기는 행복을 싣고, 고기잡이 배들은 고기를 싣고, 넓고 넓은 바다를 노저어 와요.”

 

동요 <바다>의 가사다. 영화 제목 <아침바다 갈매기는>을 듣고 노래가 떠올랐는지 궁금하다. 영문 제목도 눈길이 간다. 미국에서 1885년 출간된 퍼시벌 로런스 로웰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 그 출처다. 그래서인지 어렵고 힘든 현실을 다루면서도 시종일관 가라앉지 않는 기조를 유지한다.

 

박이웅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행복을 싣지 못한 어부의 이야기다. 작은 어촌 마을에서 탈출을 꿈꾸던 젊은 어부 용수(박종환)는 늙은 선장 영국(박종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고로 자신의 죽음을 위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영국은 한 달이면 용수의 가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될 거라는 말을 믿고 위험한 거짓말에 동참하지만, 어머니 판례(양희경)과 베트남 아내 영란(카작)은 그런 용수의 죽음을 믿지 않고 당초의 계획이 어긋난다.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이렇듯 영화는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떠나서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사람과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끝내 남기로 결심한 사람, 떠났지만 실패한 채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사람등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박이웅 감독은 “내가 이 세계를 냉정한 시점으로 바라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긍정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는 지옥 같은 절망 상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결국 남은 우리에게 만약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를 나 스스로도 찾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고,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아도 무언가 해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한계를 연민의 시선으로 감싸 안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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