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시민들 손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듯이

강미유 기자 / 2024-09-30 15:31:19
타인의 삶 |137분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배급: 트리플픽쳐스 |2007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수상

  영화 '타인의 삶'
[칼럼니스트 강미유] 1989년 11월 9일 밤 동독과 서독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시민들에 의해 무너졌다. 이날 낮 이탈리아 통신사 ANSA는 동독과 서독 국경 개방을 철거로 오인한 뉴스를 내보낸 게 이처럼 번진 것.동독(독일민주공화국)의 비밀정보기관 ‘슈타지(STASI·Staatssicherheit 국가안전)가 오랜 세월 철저히 감시해왔던 국가 보안이 허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오는 10월 2일 18년 만에 재개봉하는 영화 <타인의 삶>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슈타지에 대한 이야기다.

 

국가 신념이 곧 자신의 신념인 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울리히 뮤흐)는 극작가 드라이만(제바스티안 코흐)과 그의 애인인 배우 크리스타(마르티나 게덱)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24시간 내내 철저하게 타인의 삶을 도청하며 감시하는 비즐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들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 자유, 슬픔, 사랑에 감동받고 자신 삶마저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 '타인의 삶'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4년 동안 당시 동독의 비밀경찰과 취조를 받았던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작업을 진행했다. 실제 1980년대 중반 동독에는 9만명이 넘는 비밀경찰과 약 17만명의 정보원이 활동했다고 한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청취, 녹음 소품들은 박물관과 수집가들이 빌려준 실제 ‘슈타지’ 장비로 생생함이 살아 있는 실제 소품을 사용해 사실감을 더했다.

 

또한 이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즐러 역의 울리히 뮤흐는 슈타지 파일을 보던 중 자신의 전 부인에게 10여 년간 감시당했음을 알게 되기도 했다. 전 부인이 슈타지의 비공식 협조원이었던 것.

 

 영화 '타인의 삶'

이 영화는 또한 적은 제작비로 인해 출연한 배우들이 평상시 출연료의 20%만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7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 시상식에서 80개 수상, 38개에 노미네이트 되며 호평을 받았다.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은 “저는 모든 사람이 원칙과 감정 사이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며 “비즐러는 원칙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항상 원칙에만 따라 행동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비로소 큰 변화를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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