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유의 ailleurs] 다시 자본주의의 식민지가 될 거야

강미유 기자 / 2025-10-21 16:48:25
마작 |120분 |감독: 에드워드 양 |배급: 디스테이션·에이썸픽쳐스
 /영화 '마작'

[칼럼니스트 강미유] 스마트폰은 아이폰을 쓰고, 미국 기업인 쿠팡에서 온라인쇼핑을 한다. 국산품 애용을 장려하는 시대는 아니지만 우리 삶에서 이른바 ‘서구 자본주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젊은 세대의 자본주의 영향은 어떠한가?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이 “너희 집 차는 BMW인지 벤츠인지?”를 묻고, 인기 유튜브 영상에는 “사장님이 인센티브 주셔야겠네요” 식의 댓글이 달린다.

 

이달 개봉한 에드워드양 감독의 <마작>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6년에 만들어졌다. 아직은 대만이 한국보다 GDP(국내총생산)가 높던 시절이다. 이를 한국이 앞질렀다가 최근 대만이 반도체 기업 TSMC의 선전으로 이를 재역전 했다.

 

<마작>에서 에드워드양은 당시 10대 소년이 자본주의에 빠져들면 어떻게 되는지를 영화로 찍었다. 1990년대 후반 급속한 세계화 속에서 타이베이의 도시 냉소주의, 동서 문화 충돌, 인간관계의 거래적 성격을 영화 전반에서 다루고 있다.

 

기성세대와 마찬가지로 타이베이의 10대들도 끊임없이 상대를 이용하거나 팔아넘기려 한다. 기회주의, 탐욕, 자본주의 압박에 의해 움직이며 진정한 인간관계와 전통 가치를 잃어간다.

 

 영화 '마작'

아버지가 사기꾼인 홍어(당종성)를 리더로 홍콩(장첸), 소부처(왕백삼), 룬룬(가우륜) 4명은 함께 모여 지내며 기성세대를 상대로 눈먼 돈을 갈취하려고 한다. 여기에 타이베이로 떠난 영국인 남자친구를 쫓아 온 프랑스 소녀 마르트(비르지니 르도엥)가 합류하며 그들 일상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또한 항상 유교적 가치를 저변에 깔고 있는 그의 영화는 <마작>에서 미국 국기, 서구 브랜드 같은 시각 상징을 통해 동서양의 만남과 타이베이 정체성 변화를 강조한다. 세대 간 소통 부재와 사회 변화의 반영, 고립된 인간관계의 불가능성, 어둡고 풍자적인 폭력과 로맨스 묘사가 이어진다.

 

영국에서 사업이 망해 타이베이로 온 인테리어 사업가는 마르트에게 “대만 사람들은 서구의 것을 좋아하고 그로써 지배할 수 있다”고 한다. 제국주의 재림인 셈이다.

 

<마작>은 에드워드양의 다른 영화 <해탄적일천>,<공포분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하나 그리고 둘> 등과 비교하면 사뭇 이질적이다. 하지만 그의 화면은 여전히 아름답고, 그만의 화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이전 작품들과 달리 좀 더 신랄하고 코믹하며 과장된 면이 있다”며 “현대 도시 생활의 혼란과 세대 간 오해, 부조리를 ‘소프 오페라처럼 과장되게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영화 '마작'

|삶은 다른 곳에 있다. 때때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다큐영화 등 다양성 영화를 만나러 극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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