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보존기간 30일 짧아”…환자단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실효성 의문 제기

김성호 기자 / 2023-09-11 18:43:37
“의협‧병협, 헌법소원 청구는 비상식적”…성명서 통해 유감 표명
“우선 시행해 보고 문제 생기면 그때 개선하는 게 합리적”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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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는 수술실 폐쇄회로(CC)TV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오는 25일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여전히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입장을 취재했습니다. <편집자 주>

 

  ▲한 병원의 수술실 내부 모습. /픽사베이.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없음

 

[뉴스밸런스 = 김성호 기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대표 안기종)는 지난 7일 성명서를 발표,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및 제한적 촬영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 의료법 조항을 대상으로 시행 20일을 앞두고 지난 5일 헌법소원을 청구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행보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주장한 내용들은 지난 8년 동안 계속해서 반복해 주장해 왔던 수술실 CCTV 법제화 반대 근거들이라는 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개정 의료법은 수술실 내 유령수술·무자격자 대리수술·성범죄 등 범죄행위와 비윤리적 행위를 사전 예방하고 의료사고 관련 증거를 사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술실CCTV 설치·촬영 관련 규정을 의료법에 최초로 신설했다는 점에서 환자의 안전 및 인권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일부 법 규정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로 응급수술,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참여 수술 등 폭넓게 허용함으로써 입법 취지를 반감시켰다”고 주장했다.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분쟁 조정 또는 중재 절차 개시, 환자 및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는 경우’에만 촬영한 영상정보의 열람 또는 사본의 발급을 허용하고 있다.

환자가 요청하더라도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정보 주체 중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촬영한 영상정보의 열람 또는 사본의 발급이 불허된다.

이는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촬영한 영상정보의 확인을 통해 형사고소 또는 민사 재판이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료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고자 하는 입법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환자단체연합회의 주장이다.

이 단체는 또 “수술실 CCTV는 설치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한 것처럼 촬영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면서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원하지 않을 때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정 의료법은 수술실 CCTV 촬영 여부를 ‘신청주의’로 규정해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촬영 요청을 해야만 촬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술을 앞둔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촬영요청서를 의료기관의 장에게 제출하고 싶어도 혹시라도 치료상 불이익을 입지 않을까 불안해 제출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촬영된 영상정보 보관기간을 결정할 때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장례를 치르는 기간을 고려해야 하고, 의료행위의 은밀성·전문성으로 인해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의료사고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수술실 CCTV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서 ‘촬영된 영상정보 보관기간’을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으로 짧게 정한 것은 환자나 환자보호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장애인복지법상 중증장애’ 이외 의료사고는 의료분쟁 조정신청이 있더라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승낙 또는 거부 여부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14일 동안 환자나 환자보호자는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으로 보관기간을 단기로 정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촬영된 영상정보가 ‘유령수술·무자격자 대리수술·성범죄 여부 판단, 범죄행위·비윤리적 행위 여부 판단, 수술 중 발생한 의료사고 진실 규명을 위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촬영일로부터 90일 이상으로 하거나 적어도 영육아보육법상 어린이집 CCTV 촬영 영상정보 보관기간인 60일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처럼 개정 의료법은 본래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힘들 정도로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과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촬영된 영상정보를 활용함에 ‘제한조항’이 많아 그 실효성에 의문까지 제기되는 등 환자나 환자보호자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의협과 병협의 헌법소원 청구는 비상식적”이라면서 “지난 8년간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의료법이 개정된 이상 우선 시행해보고 문제가 드러나면 그때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 대응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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